좋아하는 후배가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형, 교육학과 관련 된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를 보면, 모두 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잖아."
"그런데, 왜 교육문제는 늘 해결이 안 되는 걸까?" 나는 거기서 제대로 된 대답을 못했다. 공감해 주고, 같이 분노하기는 했지만. 후배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해 준것에 대한 미안함과 찝찝함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한 번 '실패의 기록'을 남기는게 어떨까?
학부모님들과 의사소통을 꾸준히 해야 겠다는 마음에 그날 한 배움활동을 클래스팅 공간에 매일 올렸다. 그런데,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생겼다. '내가 가르치는 것 보다 중요한건, 아이들이 뭘 배웠는지가 더 중요한거 아닌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받아들인게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파악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들은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같은 소설을 읽고도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이 책은 내 실패의 기록이지만 아이들의 성공의 기록이다. 김영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표적을 빚나간 화살이 결국에는 꽂힌 지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쓰며, 교사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 아니라 물을 주고 돌보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인간은 자원이 아니라 ‘인격’이 아니었던가? 뻗어 나가고 싶은 곳으로 뻗어 나가고, 피고 싶은 모양대로 피는 아이들을 누구 보다도 깊게 관찰하고 싶었다. 이 책은 내 관찰일지다.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이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배려해주신 교장,교감 선생님, 나의 짐을 함께 지고 있는 동료 교사들, 자기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 하시는 학교 모든 구성원들 덕분이다.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린다. 나와 한 이불 아래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소중하고 특별한 내 친구,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언제나 내 스승이 되어주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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