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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식 추천

카오 무 댕 (태국 돼지고기 덮밥)

by 타보 2020. 1. 8.

  첫 끼다. 잘 먹어야 한다. 삶이 위대해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기록하니까 위대해진다고 했다. 먹는 걸 기록해 봐야 위대해 지기야 하겠나? 그래도, 기록하며 먹으면 늘 다른 음식을 먹으려 할 테고, 그러면 인생이 조금은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기록을 하기 위해선 깊이 보아야 하고 깊이 느껴야 하니까.

나의 태국 첫끼는 ‘카오 무 댕 (ข้าวหมูแ)’ 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돼지고기 덮밥’ 정도 되겠다. 튀긴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서 밥에 올리고, 태국 소시지와 오이를 얹은 다음 달콤한 갈색 소스를 뿌려 나온다. 튀긴 돼지고기는 한 번 더 훈제한 거라서 냄새도 향긋하며 맛은 깊다.

 

 

 

밥을 먹고 있는데, 하얀 와이셔츠에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하얀 태국여자가 각종 음료수와 먹을 것을 들고 내게로 달려왔다. 나에게 관심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혹시 내가 범죄의 표적이 된 건 아닌가 해서 먹다 체할 뻔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내 뒤에 있던 탁발 스님에게 공양을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그 분위기가 너무도 진지하고 거룩해서 감히 사진을 찍을 생각은 못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각종 간식을 공양하는 건데도, 그 몸동작이 얼마나 우아한지...

정성을 다한 기도는 언제나 마음을 울린다. 내 마음도 깨끗해 지는듯 하다. 아... 나는 오늘 아침 돼지고기 덮밥을 먹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씻어낸 거구나. 이름 모를 탁발승과 여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당에는 콜라나 간식거리가 올려져 있다. 그저 지저분하다고 생각 했었는데, 오늘 아침 그 여인의 정성스럽고 우아한 몸동작에 내 마음이 씻겨졌다. 반성한다. 커톳 캅(ขอโทษครั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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