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 였다. 원래는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기도 했고 먼 거리가 부담이 되어서 가까운 소풍 아이맥스에서 봤다. 화면이 작아서 실망스러웠다. 이게 아이맥스라고? 메가박스랑 뭐가 다른거야? ㅎㅎ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처음 한번봐서 그 맛을 알기는 어려운것 같다. 설국 열차 때도 그랬다. 봉준호의 영화는 곱씹을 수 록 맛있다.
나는 봉준호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에는 나쁜 권력자, 기득권이 나오고, 그 아래에서 분투하는 인간들이 나온다. 그리고, 반드시 봉준호만의 전복이 있다. 그게 좋다.
돈많고, 잘 생기고, 키크고, 덩치좋은 다 가진 사람이 인간적인 자애심과 공감능력까지 갖추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의 이야기를 나는 싫어한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치면서도, 단 한순간도 미안해하지 않는 세력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는 그런게 없다. 영화의 캐릭터들이 가장 사랑하고, 목숨을 바쳐 구원하려는 대상은 곰벌레를 닮은 징그러운 생물이다. 그러나, 그 생물을 통해 영화의 갈등은 봉합되고, 사랑과 평화를 찾는다.
그 중요하고 징그러운 생물을 구원하는 것도 여자 주인공의 못생긴 이빨이다. 어쩌면 컴플렉스 일 수 도 있는 그 벌어지고 못생긴 이빨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나는 이래서 봉준호를 좋아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혐오스러운 것들을 사랑스럽게 만든다. 살인의 추억에서 봉숙이를 외치던 피의자도, 옥자에서의 돼지도, 미키 17에서의 곰벌레와 벌어진 이빨들도.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삶을 근본부터 끊임없이 몰아 부치는 저 더러운 힘에 대해서, 권력에 대해, 자본에 대해 저항하는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싸움은 끝내 승리한다. 적어도 그의 영화에서는...
나는 그 영화의 힘을 믿는다. 말과 이야기, 사람의 감정과 의지. 아무 힘이 없지만, 가장 강하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이 사회는, 이 우주는 결국 모두 '이야기'로 남을테니까. 봉준호가 이런 '이야기'를 남겨줘서 고맙다. 또 보러가야겠다. 그 고마운 마음을 한 번 더 느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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